-
고재종 - 첫 봄나물시(詩)/고재종 2013. 12. 16. 16:20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는 이월 중순
양지바른 비탈언덕에 눈뜨는 생명 있다
아직도 메마른 잔디 사이로하얀색 조그만 꽃을 피운 냉이와
다닥다닥 노란색 꽃을 피운 꽃다지와
자주색 동그란 꽃을 층층이 매단 광대나물
저 작은 봄나물들이 첫봄으로 푸르다
저 작은 것들이 지난 가을 싹을 틔워
몇 장의 작은 잎으로 땅에 찰싹 붙어
그 모진 삭풍의 겨울을 살아 넘기고
저렇듯 제일 먼저 봄 처녀 설레게 한다
냉이꽃다지 광대나물, 그 크기 워낙 작지만
세상의 하 많은 것들이 제 큰 키를 꺾여도
작아서 큰 노여움으로 겨울을 딛고
이 땅의 첫 봄을 가져오는 위대함의 뿌리들
(그림 : 이양원 화백)
'시(詩) > 고재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재종 - 첫사랑 (0) 2013.12.16 고재종 - 수선화, 그 환한 자리 (0) 2013.12.16 고재종 - 독거 (獨居) (0) 2013.12.16 고재종 - 쓸쓸함이 때로 나를 이끌어 (0) 2013.12.16 고재종 - 날랜 사랑 (0)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