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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영 - 蓮과 바람시(詩)/정완영 2013. 12. 14. 18:54
옛날 우리 마을에서는 동구 밖에 연蓮밭 두고
너울 너울 푸른 연蓮잎을 바람결에 실어두고
마치 그 눈 푸른 자손들 노니는 듯 지켜봤었다
연蓮밭에 연蓮잎이 실리면 연蓮이 들어왔다 하고
연蓮밭에 연蓮이 삭으면 연蓮이 떠나갔다 하며
세월도 인심의 영측盈仄도 연蓮밭으로 점쳤었다더러는 채반만하고 더러는 맷방석 만한
직지사直指寺 인경 소리가 바람 타고 날아와서
연蓮밭에 연蓮잎이 되어 있는 것도 나는 봤느니훗날 석굴암 대불大佛이 가부좌하고 앉아
먼 수평 넘는 이 저승의 삼생三生이나
동해 저 푸른 연잎을 접는 것도 나는 봤느니설사 진흙 바닥에 뿌리박고 산다 해도
우리들 얻은 백발도 연잎이라 생각하며
바람에 인경 소리를 실어 봄즉 하잖는가
(그림 : 이석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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