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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 겨울 눈(雪) 나무 숲시(詩)/기형도 2013. 11. 26. 20:55
-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窓)너머 숲 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淸潔)한 죽음을 확인(確認)할 때까지
나는 부재(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距離)를 두고
그래, 심장(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완벽(完璧)한 자연(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그림 : 한선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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