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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춘수 - 처용단장(處容斷章)
    시(詩)/김춘수 2013. 11. 23. 13:22

     

     

     

    1 - 1

    바다가 왼종일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이따금

    바람은 한려수도에서 불어오고

    느릅나무 어린 잎들이

    가늘게 몸을 흔들곤 하였다.

     

    날이 저물자

    내 근골(筋骨)과 근골 사이

    홈을 파고

    거머리가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베꼬니아의

    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시 또 아침이 오고

    바다가 또 한 번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뚝, 뚝, 뚝, 천(阡)의 사과알이

    하늘로 깊숙히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가고 또 밤이 와서

    잠자는 내 어깨 위

    그 해의 새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의 한쪽이 조금 열리고

    개동백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나는

    내리는 그

    희디흰 눈발을 보고 있었다.

     

    1 -  2

    삼월(三月)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은

    라일락의 새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일찍 눈을 뜨는 남(南)쪽 바다,

    그 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삼월(三月)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산다화(山茶花) : 상록성의 활엽수이다.크게 자라면 5m를 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밑동에서 줄기가 갈라져 2~3m 정도의 크기에 머무른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밋밋하며 많은 가지를 친다. 잎은 마디마다 서로 어긋나게 자리하며

    타원 꼴 또는 길쭉한 타원 꼴로 가죽과 같이 빳빳하고 윤기가 난다.

    잎 가장자리에는 아주 작은 톱니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산다화는 동백과 거의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늦동백 또는 서리동백이라고 부른다.

    꽃이 동백보다 작기 때문에 애기동백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림 : 김충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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