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시(詩)/강은교 2013. 11. 20. 21:53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그림 : 백중기 화백)
'시(詩) > 강은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은교 - 첫사랑을 보러 가네 (0) 2014.01.08 강은교 - 아무도 몰래 (0) 2014.01.07 강은교 - 가을의 시 (0) 2013.11.20 강은교 - 비 (0) 2013.11.20 강은교 - 동백 (0) 201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