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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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 한탄조(恨歎調)시(詩)/박목월 2013. 11. 16. 21:04
아즈바님 잔 드이소. 환갑이 낼모랜데 남녀가 어디 있고 상하가 어딨는기요. 분별없이 살아도 허물될 게 없심더. 냇사 치마를 둘렀지만 아즈바님께 술 한 잔 못 권할 게 뭔기요. 북망산 휘오휘오 가고 보면 그것도 한이구머. 아즈바님 내 술 한 잔 드이소. 보게 자네, 내 말 들어 보랭이,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고 내외도 이부자리 안에 내외지. 야무지게 산들 뾰죽할 거 없고 덤덤하게 살아도 밑질 거 없데이. 니 주머니 든든하면 날 술 한 잔 받아 주고 내 돈 있으면 니 한 잔 또 사 주고 너요 내요 그럴 게 뭐꼬. 거믈거믈 서산에 해 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안고 갈래. 시절은 절로 복사꽃도 피고 시절이 좋으면 풍년이 들고 이 사람아 안 그런가. 해 저무는 산을 보면 괜히 눈물 글썽거려지고 오래 살다 보면 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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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 사투리시(詩)/박목월 2013. 11. 16. 20:11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나는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을 사랑했다. 그리고 오디가 새까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 이슬마꽃 같은 것을...... 그런 것은 나무나 하늘이나 꽃이라기보다 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에 마르는 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 (그림 : 윤종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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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 이별가시(詩)/박목월 2013. 11. 16. 19:05
뭐라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라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면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라카노 뭐라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라카노 뭐라카노 뭐라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라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