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여, 옷에 묻으면 잘 안 지는
너는 푸른 잉크 물이다.
살에 묻으면 잘 안 지는
너는 진한 잉크 물이다.
수면으로 내려앉는 돌층계도
뱃전에 날아 뜨는 갈매기떼도
떠나는 고동 소리도
지우려면 다 지울 수 있지만
해만의 끝머리 흰 등대도
등대 위에 조으는 구름 자락도
흩어진 섬들의 밝은 무덤도
지우려면 다 지울 수 있지만
바다여, 한 번 묻으면 잘 안 지는
너는 푸른 잉크 물이다.
찍어서 내가 쓰는
가슴의 잉크 물이다.(그림 : 안성대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연 - 내 안의 역(驛) (0) 2023.08.13 신순말 - 오래된 골목 (0) 2023.08.13 신동집 - 우리의 일상(日常)은 (0) 2023.08.08 홍계숙 - 뻥튀기 공작소 (0) 2023.08.04 박수원 - 빨래의 자격 (0)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