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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 - 이름 없는 풀시(詩)/시(詩) 2023. 8. 2. 18:45
풀밭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느 것 하나
자기를 뽐내지 않는다.
때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성금하게 아우성치지도 않았고
뿌리 없이 땅 위로 얼굴 내밀거나
줄기 없이 지 하늘인 양
열매 맺지도 않았다.
그 어느 것 하나
고르지 못한 땅을 탓하며
혼자 뿌리 뻗지도 않았고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씨를 옮기며
떼 지어 함께 사는 것을
잊지도 않았다
그래서 꽃밭에 앉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풀밭에 앉으면
마음이 넉넉해지는가보다.
(그림 : 정덕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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