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이향 - 장미는 제 이름을 오월 속에 숨겨 두고시(詩)/시(詩) 2023. 5. 26. 09:41
지나간 사고는
면회 금지입니다
문밖에서 서성거리는데
끝을 알만할 때
모퉁이 팻말 사라집니다
돌아가세요
제 가시에 찔려
통증으로 옮겨 간 오월 장미, 창백한 주름
서로의 가시 끝에서만 숨어 사는 아프다는 말은
모퉁이조차 잃어버리고
순서를 정하는 건 다시 지금부터, 여기서부터
오늘의 가시만이 우리는 진심입니다
집에 가겠다고 집 밖으로 나가려는 장미 넝쿨은
내일은 몇 번째 사고가 되고 싶은지
열한 번째 변심하는 오월을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끝내 서두를 일이 하나도 없는
재채기와 같은 오월 속에서
철 지난 장미
차례는 지켜줘요, 아직입니다
(그림 : 박상덕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승진 - 꽃마리 (0) 2023.06.01 김명숙 - 꽃들의 향방 (0) 2023.05.26 이현승 - 대부분 사람이고 가끔 (0) 2023.05.26 박시하 - 사랑을 지키다 (0) 2023.05.26 김진명 - 잡초야 잡초야 막걸리 한잔 받아라 (0) 202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