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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주 - 무진장 버스시(詩)/시(詩) 2022. 7. 8. 22:01
칡뿌리처럼 주름이 엉긴
칠순을 훌쩍 넘긴 할아배가
작아져서 이제 아기가 되어가는
저승꽃 만발한 할배더러
ㅡ 어디 다녀오시능규?
ㅡ 지름집, 지름 짜러 왔어
ㅡ 올해 어떻게 되능규?
ㅡ 및 살 먹었나구? 멧쌀 찹쌀 다 묵어부렀어.
ㅡ 한 바꾸 돌았지유?
ㅡ 쬐금만 있으면 한 줄 되야, 한 줄, 아이구 얼렁 오는 디로 가야 쓰것는디….
ㅡ 뭘류, 오래오래 사시면서 돈도 다 쓰고 가셔야쥬
ㅡ 돈? 큰아들이 뭐 한다구 자꾸 빼가
ㅡ 약주도 하셔야쥬
ㅡ 술? 여즉 못 배웠어, 갈쳐줄려? 슬슬 배워보게
ㅡ 맨날 밥만 자실 수 있간유, 먹는 건 죄 한번씩 자시고 가야쥬
창밖 바라보던 라면 머리 할매들
무진장 무진장 미소 번진다
(그림 : 고재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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