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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 - 왜가리에게 묻다시(詩)/시(詩) 2022. 7. 6. 21:15
물 위의 기름처럼 홀로 선 나는
물 속 제 그림자가 전부인 왜가리에게 묻는다
너는 깊은 숲의 휘파람새 곤줄박이 동박새가 궁금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물그림자에서 세상을 건져올리는지
나는 바닷가 외진 구석에 앉아 슬픔을 마신 적이 있다
손에 든 꽃다발 빼앗겨도
나를 돌멩이 삼아 뭉개고 달아나도
세상의 물 위를 너처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
너와 나는 일피만파를 헤치기엔 가슴벽이 너무 얇다
휑한 손바닥, 멍든 허벅지 만지면서도
슬픈 눈길은 다시 물 밖을 기웃댄다
세상을 날마다 지우고 서 있는 너에게
나는 견디는 법을 묻는다
(그림 : 고찬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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