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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 - 겨울 화진포시(詩)/박제영 2022. 6. 13. 16:40
폭우가 그쳤다고 음악이 끝났다고
불을 끄고 문을 닫아버린
당신은 이제 세상에 없는 문장입니까
표류하던 질문이 기진맥진 와닿은
정어리 떼처럼 몰려온 파도가 진저리치는
여기는 화진입니다
주어도 목적어도 상실한 불구의 문장들 하얗게 부서지고
의미를 잃은 단어들마저 모두 파랗게 부서지고
간신히 화진마저 잊을 무렵이면
마침내 완전히 잊을 겁니다
보세요
눈 내리는 화진을
진창이 되어버린 비문을 덮으며
펄펄 마침표를 찍는
저 화진을
마침내 이별은 완성되었습니다(그림 : 김세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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