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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 소만(小滿) 즈음시(詩)/시(詩) 2022. 5. 18. 21:02
이팝나무는 파란 대접에 쌀국수 사리사리 담고
함박꽃은 수제비로 구색을 맞춘다
조팝나무는 한소끔 끓여 몽글몽글한 순두부찌개를 올리고
산딸나무는 가래떡을 엽전처럼 납작납작 썰어 떡국을 내놓는다
아가위나무는 보풀보풀 버무려 백설기를 쪄내고
돌배나무는 화전 지지느라 땀 닦을 겨를이 없다
때죽나무는 이가 부실한 어르신들 끼니로 흰죽을 쑤고
백당나무는 손맛 자랑하느라 조물조물 나물을 무친다
토끼풀은 부지런히 아기 주먹밥을 만들고
아까시나무는 운조루 뒤주처럼 튀밥자루 끈을 풀어놓는다
하얀 민들레는 냉이꽃 남산제비꽃 산딸기꽃과 어우렁더우렁 꽃비빔밥을 만든다
마가목은 송이송이 뭉쳐 밑반찬거리 부각을 튀기고
층층나무는 산길 오르느라 헛헛해진 이들에게 주먹밥 한 덩이씩 인심을 쓴다
소만(小滿) : 24절기의 여덟째인 소만(小滿)은 5월 21일 무렵 찾아옵니다.
소만은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찬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림 : 김상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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