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늙은 방향으로부터
변심한 애인처럼
오지 않는 내일을
나란히 피어있는 아파트를 따라
어지러운 속도로 지는 꽃잎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부디 노련해지는 일이거나
내가 지나침과 멀어짐 사이를
살고 있는 사이
알아볼 수 없는 세상의 끝에
주검 같은 것이 우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시가 발을 뻗는 곳으로
장미 넝쿨이 견고해지고
덤불 속으로 몸을 숨기는 담장과
경사진 어깨가 닮아서
나는 자꾸만 거기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은 거냐고
안부를 묻는 것이 옳다
(그림 : 정인성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성일 - 밤에 쓴 말 (0) 2022.01.01 강태승 - 대못 (0) 2022.01.01 안행덕 - 연리지(連理枝) (0) 2021.12.30 서효인 - 무안 (0) 2021.12.30 송연숙 - 생각의 사투리 (0) 20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