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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들이 다 식은 새벽으로
여물 끓이는 아궁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나는
어머니와 같이 불을 쬐었지요
너울너울 불빛 따라
정지 가득한 어둠이 춤을 추고
눈 새벽 추위가 저벅저벅
마당을 돌아다니는데
부뚜막에 환을 치면
이담에 비렁뱅이 된다고
어머니는 부지깽이를 빼앗고는 했지요
마구간의 소가 새벽꿈에 먼 길을 가는지
앓는 소리를 하는데
횃대에 앉은 닭들이
어머니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그림 : 박연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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