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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 영업사원시(詩)/시(詩) 2021. 9. 4. 11:34
그는 제일 먼저 발을 닦는다. 발 닦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몸을 닦는다
그의 체면은 발에 있다. 체통과 혈통도 발에 달려 있다.
집에서 가장 멀고 썩기 쉬운 바닥이지만, 발은 모든 것을 덮고 있다.
아니, 모든 것을 뒤엎고 있다. 늘 젖어 있고 퉁퉁 불어 있는 발.
발을 닦으며 별을 닦는다. 발목이 쉬도록, 푹푹 잠기도록 닦는다.
하지만 이 별에서 발을 떼면 모든 것이 끝날테지.
해종일 발을 품었던 별이 수챗구멍으로 흘러간다.
도약과 추락이 제 발로 꿈속을 찾아드는 밤.
간만에 두개의 발이 벽을 바라본 채 고요하다.
(그림 : 고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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