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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육 - 낙화제(落花祭)시(詩)/시(詩) 2021. 5. 24. 16:46
뚝
뚝
동백꽃 진다
한 잎 한 잎 그리운 얼굴, 편지를 띄운다
그리움도 보고픔도 봄비 같던 유년의 마을
지우고 또 지워도 파릇파릇 돋아나는
그리운 이름표를 달고
뼛가루 한 줌 눈물 한 줌
주르르
빗물처럼 흘려보냈던
쉰일곱 젊은 아버지 잠들어 계신 바다, 어디쯤인가
아지랑이 아랑아랑 피어오르면
수평선 끝 아스라한 뱃고동따라
눈자위 벌겋게 문질러도 보았지
갈매기처럼 끼룩끼룩 울어도 보았지
아배야 아배야 울아배야
꽃이 진다
부고를 띄우듯 그리운 얼굴들 떠나보낸다
봄꽃같이 그대 흘려보낸 바다 먼 나라
뚝뚝
서러운 올동백 눈물꽃 진다
바다에 누워 잠들고 싶다
파도처럼 철썩철썩 아픈 잠
상처 난 마음의 비늘들 적시고 싶다
아가 울지 마라, 아가 울지 마라
잔물결로 살랑살랑 갯바람 일으켜
스르르 젖은 눈 감겨주던
파도의 품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다
머리맡에 날아든 빨간 동백꽃주소를 들고
끼룩끼룩
꿈길 따라 갈매기 따라
넘실넘실 무동 태워 떠나는 파도의
푸른 팔베개를 베고
꿈속에나 갈 수 있는 아배의 나라로(그림 : 한부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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