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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 적막이 푸르다시(詩)/시(詩) 2021. 5. 14. 11:13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여름 쑥부쟁이 하얀 꽃그늘에
온몸에 초록 페인팅을 한 사마귀 한 마리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단란주점과 노래방에 둘러싸인도심의 작은 숲에 찾아온 것만으로도
눈물겨운데
쌀쌀한 날씨는 저물어가고
거미줄 한 번 흔들리지 않는
날벌레 한 마리 날지 않는 정원에서
두 손에 글러브를 낀 채 주먹 단단히 쥐고
당랑권 품새로 대책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마귀를 감싸고 있는 공기가 적막하다
언제 끝날 싸움인지도 모르는 기다림과
끈질긴 적막이 푸르다.
(그림 : 배수봉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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