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수 - 나와 나무와 상처시(詩)/시(詩) 2021. 4. 2. 09:09
나무를 자주 바라봅니다
상처 없는 나무는 없으니까요
사라진 가지는 옹이로 박혀 있고
둥치는 패고 균형 안 맞는
늙은 몸피의 나무를 더 자세히 봅니다
내 몸에 이런저런 흔적이 늘어갑니다
나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큰 나무 곁에 무연히 기대봅니다
수고 많으셨다
잠시 다녀가는 내가 인사합니다
놀랐을 겁니다
엊그제 작은 아이였는데…
당신을 보듬으면
말 없는 위로가 수액처럼 퍼집니다
내 마지막 집은 상처 많은 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 하삼두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형수 - 말의 얼굴 (0) 2021.04.02 김형수 - 새의 셈 (0) 2021.04.02 김산 - 참깨 (0) 2021.04.01 나해철 - 봄 삼만리 (0) 2021.04.01 손진은 - 자운영 꽃밭 (0) 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