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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다락논 물이 맑다
써레질하고 사나흘 잠재웠나 보다
아이 이마같이 말간 논물에
잔주름을 새겨 넣던 바람이
논두렁 너머 씀바귀꽃을 흔들고 간다
논에 손을 넣으니
물속 논흙이 귓불 같다
어린 벼들이 칭얼대는 소리
푸르게 몸살 하는 소리
귀담아 들어줄 것이다
뿌리내리는 길을 잘 여며줄 것이다
흩날리는 아까시 향 사이로
산비둘기 울음 낮게 내려와 앉고
전봇대 사이 구부러진 마을 길로 햇살이 들자
논흙 새로 붙인 논두렁이 환하다
(그림 : 강석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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