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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옥 - 일어서는 봄시(詩)/시(詩) 2020. 12. 20. 11:41
밤 내 귀가 간지럽고
온몸이 가려워 잠을 설쳤다.
봄비 탓이다.
나이가 잠을 몰아내고
잡념을 끌어들인 뒤로 시작된 이명이
봄비에 젖어 우는 밤을 견디지 못하고
같이 흐느끼며 샌 날
밭두렁
여기저기서
불끈불끈 땅거죽을 들어 올리는 소리가
지천으로 깔리고
그 소리를 따라
겨울잠에서 깬 새싹의 연한 살이
일어서고 있다.
봄비가
밤을 새워 꼬드긴 모양이다.
설친 잠이 달아나니
일어서는 싹이
내 몸에서도 돋고 있다.
(그림 : 남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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