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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숙 - 바라보다시(詩)/시(詩) 2020. 10. 21. 18:42
먹을수록 점점 찌그러지는 나이를
거절할 수 없으니 먹으며
한 해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이 급한지 피붙이들은 서둘러 떠났고 찌그러진 나이엔 안부가 궁금한 사람도 그저 밍밍해지니
이럴 때면 예전 섬마을 학교 사택 살 때 아궁이에 군불을 한 아기리 밀어두고
데워진 아랫목에 몸을 눕히던 그때로 돌아가 빈둥빈둥 누워 천장을 쳐다보고 싶다
찌그러진 나이를 세워 밖으로 길을 내자니
어쭙잖은 세상살이가 귀찮고
안으로 길을 내자니
고요가 첩첩산중
날씨보다도 추워지는 맘을 데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앞세워지고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르는
그럴 때가 되었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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