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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떼어내고 남은 12월이
용감하게 서 있다
유난히 빼곡한 날짜 안에 빨간 동그라미
특별한 날이 표시를 한 모양이군
건망증이 무서운 게지
앞장들이 뜯겨진 이유를 모른 체
홀가분한 12월이 휘날릴 때
정리를 해볼까 전화번호부를 연다
너는 애매모호해서 지워주고
너는 귀찮아서 지워내고
너는 아무 연고 없으니 지워주마
어느 님 연말정산에 내 이름도
이렇게 떨어져 나갔을 테지
꿋꿋이 달고 있을 이름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잖은가
(그림 : 이석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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