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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 시골에 살아 보니시(詩)/시(詩) 2020. 10. 8. 17:32
물받이 챙 덜렁거려도
동네 수선센터 아저씨네
모심기 끝나길 기다려 줘야 해
바람이 고장 난 물받이 챙
두드리는 소리쯤,
난타 소리로 들어야 해
시간은
구름이고
소낙비고 시냇물이고
너럭바위쯤으로 풀어내며
살아야 해
물받이 챙이야
장마 전까지 고치면 그만
오일장 놓치면
터미널 뒷골목
야생버섯도, 산나물도
담긴 양푼 마주하고 앉은
할머니를 찾으면 되고
느리게 산다는 건
텃밭에 심은 강남콩 씨앗
싹 텃나
파보지 않는 것
가문 날 텃밭에 비 내리면
목마른 토마토, 가지 모종 마음으로
물받이 항아리에
빗물 흘러넘치는 것도
무연히 바라보며
살아 보는 것
고장 난 물받이 챙 비바람에 덜컹거려도
뒷산 나뭇가지 군무 볼 수 있어 좋고
앞뜰 민달팽이 젖은 풀에 몸 누이고 쉬니
좋은 것
느리게 산다는 건…(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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