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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선 - 국도 4번, 세월은 가고시(詩)/시(詩) 2020. 9. 1. 23:32
내 사춘기는 삼중당 문고 속에서 자랐다
내 첫사랑도 삼중당 문고판 크기였다
버스 차비 150원,
시오리 길을 두 번 걸으면
삼중당 문고 한 권이 되었다
검은 교복을 입고
국도 4번 미루나무 길을 걸어가던 날들은 가고
나는 지금 꿈도 없는 어른,
어린 날 세상의 모든 길들은
국도 4번 길에서 가지가 뻗어나갔지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가는 막내딸을
기차역까지 바래다 주던
늙은 아버지가 막내딸을 자전거에 태우고
안개 속을 달리던 그 국도 4번
까까머리 남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드나들던 그 길
오일장이면 장 마중 가던 그 길
아름드리 포플러가 그늘을 만들어주던
국도 4번!
내 삶의 변방을 달려 어디론가 자꾸자꾸 길을 내고 싶던
국도 4번!
인생의 노정을 수정하고 싶어질 때마다 달려가곤 하던
그 국도 4번을 따라가면
지금도 따뜻한 눈길의 그 사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국도4호선 (4번국도) : 서천∼경주선이라고도한다.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금강 하구를 기점으로 충청도 남부 지역(부여, 논산, 계룡, 대전, 옥천, 영동)을 지나 경상북도 내륙과 대구광역시를 동서 방향으로 관통한 다음, 경산, 영천을 거쳐 경상북도 경주시의 동해안(감포읍)까지 이어지는 도로이다. 대한민국 국토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역을 동서로 횡단하는 기간 교통축으로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 동서 방향 물동량 수송과 지역개발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도로 주변에 역사유적지가 많아 관광 진흥에도 중요한 도로이다.
(그림 : 고재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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