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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들은 주름이라는 것
늙음의 절정이라는 것 알았다
이제 툭,
떨어질 일만 남은.
허름한 뒷골목
소머리국밥 한 그릇 시켜놓고
왁자하게 떠드는 노년들의 술판
옆 테이블, 또 옆 테이블
아슬아슬한 내외(內外)들이 마냥 즐겁다
할아버지에서 오라버니로,
다시 오빠로 거슬러가는 호칭이 질펀하다
깔깔거리는 웃음을 가리는
투명한 손끝에
칠 벗겨진 매니큐어 자국
손끝마다 꽃이 진다.
밖은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영하의 날씨
추운 속을 감추고 입구만 바쁜 농담들,
기어이 지고 말 봄날을 붙잡고 있다
뜨거운 전기장판이 아니더라도
훈훈한 주름들이
그 퇴기(退妓)의 꽃들을 붙들고 있다
어정쩡한 온도로 식어가는
뚝배기의 국밥, 늦봄의 날씨 탓인 듯
이마엔 자주 땀이 맺혔다
계산을 치르고 나오면서 나는
미닫이 새시 문을, 봄날의 안쪽을
꼭 닫아주었다(그림 : 이용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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