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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탈의실에서시(詩)/시(詩) 2020. 5. 2. 18:00
거울을 들여다보면
나는 내가 아니다
상고머리에
툭 불거져 나온 광대뼈
중증 빈혈 환자처럼
얼굴이 누렇게 떴다
푸른 작업복에
왕단추 채우면
남들은 산업전사니 산업역군이니 하지만
나는
기도 못 펴는 머슴이다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단다
일자로 반듯하게 달지 않으면
징계 먹는다
봉급이 깎인다
아무리 바르게 명찰 달아도
난
인정받지 못하는 액세서리 근로자다
“김씨, 빨랑 튀어나오지 않고 뭐하나!”
갈라진 머리
빗질 한번 못하고
작업반장에게 멱살 잡혀가는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중고 값도 쳐주지 않는 비정규직이다
(그림 : 송영옥 화백)
김연준 - Elegie
Mischa Maisky (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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