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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순임 - 건진국수
    시(詩)/시(詩) 2020. 4. 4. 13:22

     

     

    무첨당 건진국수의 시발점은 대제부터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되직하게 반죽하여 안반에 놓고

    홍두깨로 살살 밀면 쫀득쫀득한 면발

     

    물이 팔팔 끓을 때 흔들어 가며 면을 넣어

    김이 한번 오를 때까진 젓지 않아야 긴 면발을 얻을 수 있다

    중간에 저으면 젓가락질이 쉽지 않게 면발이 짧아진다

    두어 번 김 올리고 찬물에 헹구어 나물국물로 비벼 제사상에 올린다

     

    여름은 건진국수로 겨울은 칼국수로 손님상 단골메뉴였던 국수

    제철 푸른나물 데쳐 새파랗게 고명 올리고 양념장 맛나게 하면 별 반찬 없어도

    한 끼 식사대용으론 너끈한데 해묵은 장아찌를 겸하면 별미 중의 별미

     

    냉면과 콩국수에 밀리고 기계면에 명성 주고 어쩌다가 비오는 날 입이 궁금해지면

    밀어서 해 먹는데 햇볕 구경 못하고 뒷방 늙은이 된 안반 홍두깨가 궁뎅이 들썩들썩이며

    호들갑 떨어 솜씨 자랑한 면발

     

    골기와 타고 내리는 낙숫물보다 가늘다

    무첨당(無忝堂) : 당호, 이언적의 적장손인 이의윤(李宜潤, 1564-1597)의 호로 훌륭한 조상에게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겠다는 뜻이다

    대제(大祭) : 큰 제사, 의정부 좌찬성에 올라 영의정에 증직되어 종묘명종실에 배향되고,

    한국 성리학최초의 체계적인 저술을 남겨영남학파와 남인의 태두로 추앙되며

    성균관문묘에 종사된회재 이언적의 국불천위(國不遷位) 제사로 음력 11월 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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