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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 예를 들자면 말여시(詩)/시(詩) 2020. 3. 19. 11:27
쑥국새가 울다가 슬며시 사라졌다면 말여
속앓이하던 깨구락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말여
어지간히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얘기여
나절 가웃 자빠져서 민기작거리다가 뻔뻔하게시리
점심상 내오라고 성질부터 내는 꼬락서니 하고는
싸그랑 비가 내리다 말고
쨍볕이 내려 흐지부지 하루가 간다면
여름이 말여 솔찬히 익었다는 얘기여
찬물을 끼얹고도 끈적거리기는 매한가진디
옆댕이에 착 붙어서 수작을 부리는 거 허구
햇무리 구름이 뭉개졌다 새털마냥 흐트러지고
달개비가 피어나 어쩌자고 자꾸 피어나서
대추 같은 다래가 들큰하게 익어 간다면
이제 여름도 어쩌지를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여
억척으로 살다가도 걸핏하면 종일 울거나
몇 날 며칠을 악을 쓰고 울다가
빈 껍질로 사라지는 매미 같다는 얘기여
예를 들자면 말여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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