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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민 - 북한강에서시(詩)/시(詩) 2020. 3. 8. 11:47
낮은 목소리로
그리운 사람을 불러보는 시간
새벽, 안개 젖은 수면 위로 추억이 흐른다.
그대가 완성한 하나의 노래
그 밖은
온통 쓸쓸하였지만
문득 비오는 거리에서 강울음 소릴 들었다.
이제 찾아와 서성이며
지나간 꿈들과
오래 남은 이야기들을 강물에 띄운다.
슬픔 같은 것, 분노 같은 것
한 줌 부끄러움도 다 흘러 보내고
이 땅에 다시 가슴을 묻고
사람이 되어 사람처럼 살아가야 한다.
길 끊어진 상류 쪽의 아스라한 불빛
어둔 갈숲에 버려져 뒹구는 거룻배 한 척도
다만 찰랑거리며 흘러가는
저 새벽강의 소관일 뿐
우리는 흘러가 사람처럼 살아 부대껴야 한다.
스산한 새벽,
오한에 떠는 풀잎들의 슬픔과
어린 물푸레나무들이 내미는 우유빛 손의 불안도
그 손 잡아주는 남은 세월처럼
기꺼이 데불고
햇살 부신 가을 강물로 넉넉히 흘러야 한다.(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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