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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그릇에 소복이 고봉으로 담아놓으니
꼭 무슨 등불 같네
한밤을 건너기 위해혼자서 그 흰 별무리들을
어두운 몸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밤,
누가 또 엎어버렸나
흰 쌀밥의 그늘에 가려 무엇 하나 밝혀내지 못한억울한 시간의 밥상 같은
창밖, 저 깜깜하게 흉년든 하늘
개다리소반 위에
듬성듬성 흩어져 반짝이는 밥풀들을허기진 눈빛으로 정신없이 주워 먹다
목 메이는 어둠 속
덩그러니, 불 꺼진 밥그릇 하나(그림 : 이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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