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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근 - 수건의 배후시(詩)/시(詩) 2020. 2. 15. 16:29
접어둔 사연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세면대 옆에 걸린 수건
누군가의 젖은 몸을 기다리고 있어요
세탁실로 직행하는 짧은 기다림이지만
저마다의 이력은 빼곡합니다
퇴직 후 개업한 친구의 빵집
회사의 창립기념일
돌잔치 칠순잔치
수건의 배후에 날짜와 기념일이
달력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장의 수건에서
어떤 날은 친구의 빵집에 발을 닦고
어떤 날은 돌잔치와 칠순잔치
번갈아가며 펄럭이는 저 기억들
가끔은 당신이 준 질긴 흔적에
오래된 얼굴이 흔들립니다
(그림 : 심성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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