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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자미 - 초록손바닥시(詩)/시(詩) 2019. 10. 31. 19:08
상추밭에 앉아 풀 뽑는다
호미질한다
이곳에서 땄을 할머니의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들의 부루
사그락 사락 흙 갈라지는 소리, 사방에 가득하다
내 할머니 발뒤꿈치에서 부서진 살 부스러기
땀방울 머리카락 눈곱 닳은 손톱조각 그 사소한 것까지
밭 갈다 빠진 소의 긴 속눈썹 하나와 새참 먹다 고수레 던진 찬밥덩이까지
하다못해 소 부리던 영감들 가래침과 잔소리까지도
흙이 되어
평온하다
보드라운 살결이다
상추가 손을 내민다, 덥석
손을 맞부벼 잡아본다
착한 손바닥
초록쪽으로 불끈 힘이 곧추서고
몸으론 흰 젖이 돈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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