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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 맛의 처소시(詩)/시(詩) 2019. 10. 12. 12:35
물메기가 제철이라 했다
촌놈횟집 밥상에 올라온
별다른 양념 없이 구들구들하게 쪄낸 물메기찜
무르고 연한 살성이
처처 맛을 들인 곳간이라는데
너무 착해서 바보 같은 당신
너무 차가운 당신
너무 슬픈 당신
사람의 맛도 무수한 ‘너무’를 넘어서는 일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황금의 나라에서
때때로 아무 것도 아닌 당신과 내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부드럽고 찰진 사람의 낯을 간직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내 이름에 달라붙은 순할 순(順)
이 무구한 업을 시시하다 여기며
독하게 몸을 달궈온 날들이 차마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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