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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 안개는 발이 없다시(詩)/서상만 2019. 8. 15. 16:52
안개는 날개만 있다
축축하고 눅눅한 날개가
마을까지 날아들면
달리는 시간도 털썩,
제자리에 주저앉는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날개
세상에서 가장 완고한 날개
두 개의 날개를 한 장으로 붙여
비로소 안개가 된다
제 딴엔
누가 볼까 얼굴을 감추고
바람 이는 들머리에 앉아
흩어진 깃털을 다듬다가
홀로 서 있는 것들의
상처를 다 쓸어안고
슬그머니 사라져버린다
잠시 본 세상이라
발자국도 없다
(그림 : 한순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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