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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암을 구릉에 두고
새인봉을 쳐다보는 고갯길 송풍정 앞엔
7백년을 자랑하는 노거수 한 그루가 정정하다
예부터 운림동 마루턱에서
마을 지킴이로 서 있으니 접신을 해도
일곱 번은 더 했을 나이
어따 마시, 우리 그 그늘 속에서
송풍정 보리밥 한 술 어떤가?
정년을 하고 아직도 다리심이 남아 억울하다는
김 선생을 불러낸다
서석대나 바람머리 재가 좋아서가 아니라
촘촘한 이파리들이 하늘 가리개로
부드러운 햇빛과 바람을 여과시켜 주는 그늘이
좋은 것이다 이쯤에서 서로가 땀을 닦아주고
반반쯤은 해묵은 김치 같은 정을 나누어 줄 수 있어
좋은 것이다
그늘과 끈―살아가면서
어린 날 소고삐를 바투 잡듯이
놓지 않는 일은 얼마나 덧정나는 일인가.
어이, 어따마시 내일은 주말인데
송풍정(松風亭) 보리밥 한 술 어떤가?
고추당초 매운 시절
일년에 한 번쯤 유두나 백중날쯤
날 잡고 터잡아 반보기로 기별 통지하고
고개턱에 올라
친정 어머니를 뵙듯이 말이네.
덧정 :정분이 나면 그에 딸린 것까지 사랑스러워지는 정.
반보기: 중로(中路) 보기라고도 한다. 시집살이가 고된 딸과 친정어머니가 일년에 한 차례씩 중간 지점에서 만나보았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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