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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수권 - 덧정
    시(詩)/송수권 2019. 8. 1. 12:29

    약사암을 구릉에 두고

    새인봉을 쳐다보는 고갯길 송풍정 앞엔

    7백년을 자랑하는 노거수 한 그루가 정정하다

    예부터 운림동 마루턱에서

    마을 지킴이로 서 있으니 접신을 해도

    일곱 번은 더 했을 나이

     

    어따 마시, 우리 그 그늘 속에서

    송풍정 보리밥 한 술 어떤가?

    정년을 하고 아직도 다리심이 남아 억울하다는

    김 선생을 불러낸다

    서석대나 바람머리 재가 좋아서가 아니라

    촘촘한 이파리들이 하늘 가리개로

    부드러운 햇빛과 바람을 여과시켜 주는 그늘이

    좋은 것이다 이쯤에서 서로가 땀을 닦아주고

    반반쯤은 해묵은 김치 같은 정을 나누어 줄 수 있어

    좋은 것이다

     

    그늘과 끈―살아가면서

    어린 날 소고삐를 바투 잡듯이

    놓지 않는 일은 얼마나 덧정나는 일인가.

     

    어이, 어따마시 내일은 주말인데

    송풍정(松風亭) 보리밥 한 술 어떤가?

    고추당초 매운 시절

    일년에 한 번쯤 유두나 백중날쯤

    날 잡고 터잡아 반보기로 기별 통지하고

    고개턱에 올라

    친정 어머니를 뵙듯이 말이네.

    덧정 :정분이 나면 그에 딸린 것까지 사랑스러워지는 정.

    반보기: 중로(中路) 보기라고도 한다. 시집살이가 고된 딸과 친정어머니가 일년에 한 차례씩 중간 지점에서 만나보았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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