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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 입구에서시(詩)/전윤호 2019. 4. 22. 09:00
도원이 별다른 줄 안다면 실망하지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지 뭐
오종종한 집들과
넓지 않은 논과 밭
그저 꽃나무가 많은 걸 빼면
여느 동네와 다를 게 없어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살아보지 않으면
여기가 도원인 줄은 알 수가 없지
함께 산다고 해도
마음이 다르면
불편한 곳
남아돌 정도로 풍성한 건 없고
그저 모자란 듯 참을 만하지
다른 데 가다가
샛길로 빠져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와
지나가며 본 사람도 있고
며칠 머물다가
바쁜 일이 생각나 간 사람도 있어
그들에게 도원은
그저 꽃나무가 많은 마을
입구는 열려 있어도
도원을 찾는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고
도원에 들어와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소용이 없으니
그냥 평범한 평화로운 동네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온 곳일지도 몰라
(그림 : 윤정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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