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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재 한 삼태기,
불 아궁이를 지나왔나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봄바람이 따뜻하네요.
똥 웅덩이에 코를 대보고
거름 웅덩이에 손을 넣어보네요.
호박 모종 심을 웅덩이는
알맞는 깊이와 넓이 인지
물은 충분히 스몄는지
실눈 뜨고 살펴본 봄바람이
내 귓볼에 대고 속삭이네요.
장마에 물웅덩이에 빠지지 말고
술 취해 똥구덩이에 빠지지 마세요.
가을걷이에 빚더미에 빠지지 말고
아흔 살 전에는 절대로
무던 웅덩이에 빠지지 말아요.
귀엽게 호박씨를 까네요.
볼우물 씰룩댈 때마다
거름 냄새가 피어나네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두근두근 봄바람이 나네요.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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