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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셈하고 고향 떠나던 날마음 무거워 버스는 빨리 오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길만 자꾸 눈에서 흘러내려
두부처럼 마음 눌리고 있을 때
다가온 우편배달부 아저씨
또 무슨 빚 때문일까 턱, 숨막힌 날
다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 시켜주고
우리가 하는 일에는 기쁘고 슬픈 일이 있다며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또박또박
붙여오던 전신환 자네 부모만큼 고마웠다고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열심히 살라고
손목 잡아주던
자전거처럼 깡마른 우편배달부 아저씨
낮달이 되어 쓸쓸하게 고향 떠나던 마음에
따뜻한 우표 한 장 붙여주던
판셈 : 빚진 사람이 자기의 재산 전부를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내놓아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지도록 함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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