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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 낭만에 대하여시(詩)/나호열 2017. 12. 7. 00:00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있다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대부분 서서 있게 마련이지만
음악은 늘 신선하다
적당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처럼
테이프는 조금 늘어져 있다
며칠씩 묵고 가는 사람은 없다
밀물이오면 지워지는 발자국 몇 개 남기고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를 해적거리다가
추억 속에 노을을 엎지르고 황급히 길을 되짚는다
아무곳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끝이 보이지만
빈 그물 속에 끌려 들어온 바다를
버리지 못해 한평생 끌탕을 하는 어부들에게
수평선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지만
방파제 끝이 바다의 시작인 것을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없다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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