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라연 - 내 작은 비애시(詩)/박라연 2017. 8. 19. 22:48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지배할 때까지만 살지 못하고
몸이 생각을 버릴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단명한 친구는
아침 이슬이라도 되는데
나는 참! 스물 서른이 마냥 그리운
사람으로 살다 간다는 것 그것이 슬펐다
(그림 : 김지환 화백)'시(詩) > 박라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라연 - 아름다운 너무나 (0) 2018.05.01 박라연 -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0) 2017.12.29 박라연 - 늦깍이 (0) 2017.08.16 박라연 - 을숙도 (0) 2017.08.16 박라연 - 옥평리 (0) 201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