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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산 박달재 사이
낮에도 부엉새가 우는 깊은 산골
사립문 옆 향나무에서는
향 냄새가 늘 독하게 퍼졌다
우리 집 오래뜰에서
굴뚝새빛 단발머리
주근깨 오소소한 소녀와
까까머리 코흘리개 소년은
퍼져나는 향 냄새에 취해
영겁까지 약속하는 토끼풀 반지를 끼고
영원히 현재진행형인 줄 알았던
그 옛날의 사랑이
이제는 과거완료가 된
지워진 행간 속에서
그대 찾아가는 쪽배를 타고
흐트러진 낱말 하나하나
수틀에 수놓듯 팽팽하게 당기면서
거친 은하수 물결을
노 저어갈까 한다
-너를 사랑한다
이 한마디 말
오작교 난간에 걸어둘까 한다
(그림 : 신창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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