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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 앉아 살고 싶어진다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솎아 먹는
봄똥, 찬물에 흔들어 씻어서는 된장에 쌈 싸서 먹는
봄똥, 입 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봄똥으로 점심밥 푸직 먹고 나서는텃밭가에 쭈그리고 앉아
정말로 거시기를 덜렁덜렁거리며
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그림 : 박양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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