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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밤기차를 타고시(詩)/안도현 2016. 12. 1. 09:33
산모퉁이를 돌면서 기차는
쓴약 같은 기적소리로 울고 있었다
유리창에 눈발이 잠깐 비치는가 했더니
이내 눈송이와 어둠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껴안고 나뒹굴며 싸우는 폭설이었다
잠들지 않은 것은
나와 기차뿐
철기 옆 낮은 처마 아래 불빛 하나뿐
저기 잠 못 든 이가 처녀라면
기적소리가 멀어지면 더욱 쓸쓸해서
밤새도록 불을 끄지 못할 것이다(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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