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희덕 - 빗방울, 빗방울시(詩)/나희덕 2016. 8. 29. 19:14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더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그림 : 조성희 화백)
'시(詩) > 나희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희덕 -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0) 2017.05.17 나희덕 - 두고 온 집 (0) 2016.12.14 나희덕 - 새떼가 날아간 하늘 끝 (0) 2016.06.24 나희덕 - 숨비소리 (0) 2016.06.07 나희덕 - 밤, 바람 속으로 (0) 201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