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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노는 대가리 부스럼투성이 백일홍들
공기놀이하는 백일홍 물구나무서기하는 백일홍
양식 구하러 간 엄마 언제 오나 까치발 하여 멀리 동구 밖 내다보는 백일홍
놀다 허기지면 우물가에 내려가 한 바가지씩 물배를 채우고
오뉴월 땡볕 똥글똥글 궁굴려 가는 쇠똥구리 백일홍
다섯 살 막내 졸졸 따라다니며 누런 코 핥아 먹는 강아지 백일홍
이담에 크면 우리 여기다 커다란 꽃밭을 만들자
그다음 여기 꽃밭에다 뽐뿌를 박고
촐랑촐랑 여기서 퍼올린 물로
분홍물 다홍물 장사를하자
그때 골목을 들어오시던 어머니,
일평생 그날 단 하루 신식 여성이셨던 우리 어머니
그날 친정 갔다 얻어 입고 온 허름한 비로드 양장 치마저고리
그때 처녀 적 수줍음처럼 어머니 가슴에서 반짝이던 빠알간 백일홍 브로치!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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