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철 - 이웃에게시(詩)/이기철 2015. 11. 18. 19:56
오늘 우리가 걸어온 길가에는
이름 없는 들꽃이 피었더군요
내일 우리가 걸어갈 들판에도
이름 숨긴 들꽃이 피겠습니까
먼길 걸어 지친 자의 문간에도
절망의 가루를 털며
어제와 다른 하루를 몰고 오는
아침은 열리겠습니까
문득 길가에 넘어진 고목등걸에 앉아서도
짧은 울음을 남기고 죽은 사슴처럼
참혹하게 깨우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거친 나무껍질도 유순해지는 넉넉한 밤이
이불로 덮여오기를 바라기에는
지은 죄가 너무 무겁다 하겠습니까
모난 돌멩이들이 밀알같이 부드러워지는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형벌입니까
오늘 우리가 바라본 하늘에는 별이 푸르더군요
내일 우리가 바라볼 하늘에도 별이 푸르겠습니까(그림 : 박용섭 화백)
'시(詩) > 이기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철 - 너는 와서 (0) 2015.11.18 이기철 - 저녁 안부 (0) 2015.11.18 이기철 - 지는 잎 (0) 2015.10.11 이기철 - 초등학교의 황혼 (0) 2015.10.09 이기철 - 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0) 201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