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희덕 - 사라진 손바닥
    시(詩)/나희덕 2014. 6. 18. 17:52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회산 :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복룡리 백련지마을

    남도는 축복받은 땅이다. 기름진 땅은 풍요로운 농작물을 잉태하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강물은 그 생명을 키워낸다.

    옛날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하여 ‘회산’이라 불리는 마을. 영산강가의 비옥한 토지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회산 백련지 : 전체 면적 33㏊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이다.

    일제 시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평범한 저수지가 아름다운 연꽃으로 가득한 공원이 된 것은 한 농부의 꿈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정수동 씨는 1955년 여름 무렵 하늘에서 열두 마리의 학이 저수지에 내려앉는 꿈을 꾸었다.

    다음날 동네 아이들이 주워온 연뿌리 열두 주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고 정성껏 가꾸었다고 한다.
    이후 영산강종합개발로 저수지가 무용지물이 되자 저수지의 수위가 점점 낮아져 연꽃 자생에 적절한 환경으로 바뀌어 백련이 급속도로 번져나갔고

    1997년에 연꽃축제를 시작하면서 거대한 백련지로 가꿔지게 된 것이다.

    280m 길이의 백련교가 넓은 백련지를 가로지르며 놓여 있고 연못을 따라 산책로와 쉼터가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연못 안에는 수련, 가시연꽃, 홍련, 애기수련, 노랑어리연 등 30여 종의 연꽃과 50여 종의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자연학습장과 수생식물생태관이 있어 연꽃의 식생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도 있다.

    해마다 8월 중순에 무안백련대축제가 열린다

    (그림 : 공성환 화백)

    '시(詩) > 나희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희덕 - 속리산에서  (0) 2014.06.19
    나희덕 - 정도리에서  (0) 2014.06.19
    나희덕 - 귀뚜라미  (0) 2014.06.18
    나희덕 - 섶섬이 보이는 방  (0) 2014.06.18
    나희덕 - 시월  (0) 2014.06.0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