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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 무언극(無言劇)처럼시(詩)/시(詩) 2015. 7. 3. 20:25
나무 몇 그루 무언극(無言劇) 대사처럼 서 있었다.
등화관제의 기억에서 걸어 나온 그림자가
새벽 부둣가에 다다르고 있었다.
발화되지 못한 외마디가 밀사(密使)처럼 눈앞을 스쳐 갔다.
바람꼬리에 매달려 가는 소리를 쫓아
나는 말이 보이지 않는 데까지 따라가 보았다.
거기서도 나무 몇 그루는 여전히 무언극 무대의 배경으로
아리게 흔들리고 있었다.
말은, 말이 없는 데서 더 번뜩였고
누군가는 말 한마디 없이도 스스로를 짓고 있었다.
나도 그 곁에서 침묵이 빚은 노래를 꿈꾸었지만,
한 그루 나무로 서 있을 때
누군가는 그 앞을 그렇게 스쳐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림 : 유명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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