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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 해마다 꽃무릇시(詩)/이규리 2015. 5. 30. 19:36
저 꽃 이름이 뭐지?
한참 뒤 또 한 번
저 꽃 이름이 뭐지?
물어놓고서 그 대답 듣지 않을 땐 꼭 이름이 궁금했던 건 아닐 것이다
꽃에 홀려서 이름이 멀다
매혹에는 일정량 불운이 있어
당신이 그 앞에서 여러 번 같은 말만 한 것도 다른 생각조차 안 났기 때문일 것이다
아픈 몸이 오면 슬그머니 받쳐주는 성한 쪽이 있어
꽃은 꽃을 이루었을 터인데
이맘때 요절한 그 사람 생각
얼마나 먹먹했을까
당신은 짐짓 활짝 핀 고통을 제 안색에 숨기겠지만
숨이 차서, 어찌할 수 없어서, 일렁이는 마음 감추려 또 괜한 말을 하는 것
저 꽃 이름이 뭐지?
(그림 : 문명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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